03 7월 동생 영정을 내가 들게 될 줄이야 : [무빈소 장례식, 서울추모공원 유택동산]
누님이 준비하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깊은 수심이 묻어 있었습니다.
60대 누님께서 미혼으로 홀로 지내다 임종을 준비 중인 남동생의 장례에 대해 조심스레 문의를 주신 것이 첫 인연이었습니다.
빈소를 차려야 할지 말지 깊은 갈등 속에서 우연히 저희 유튜브 영상을 보시고 무빈소 장례라는 선택지에 대해 연락을 주셨습니다.
저는 누님의 불안한 마음을 덜어드리기 위해 무빈소 장례가 결코 초라한 이별이 아님을 설명해 드리며, 절차와 예상 비용, 유택동산에 모시는 마지막 과정까지 상세하게 안내해 드렸습니다.
신속한 조치
첫 전화 상담 후 2주 뒤, 남동생분께서 눈을 감으셨다는 가슴 아픈 연락을 받았습니다. 슬픔에 잠길 겨를 없이 누님을 대신해 즉각 조치에 들어갔습니다.
고인께서 임종하신 요양원으로 신속히 이송 차량을 보내드리고, 무빈소 장례식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는 장례식장 안치실을 바로 예약했습니다.
가족분들의 피로도를 고려해 3일 차에 염습과 발인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으로 일정을 조율했습니다.
또한 고인의 주소지를 꼼꼼히 확인하여 관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서울추모공원 화장장을 예약해 드려 경제적인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렸습니다.
생화로 가득 채운
장례의 가장 중요한 순간인 3일 차 염습과 발인 날, 저희는 고인께서 가시는 길이 외롭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했습니다.
염습 과정에서는 생전에 홀로 외로우셨을 고인을 위해 풍성한 생화 장식을 듬뿍 활용했습니다.
병마와 고된 삶의 흔적으로 거칠어진 고인의 피부는 정성스러운 메이크업을 통해 온화하고 화사했던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드렸습니다.
관 속은 싱그러운 꽃들로 채워져 무거운 공기 대신 밝은 분위기가 연출되었습니다.
정갈하게 준비된 모습으로 누님과 형제분들은 눈물 섞인, 그러나 편안한 마음으로 입관식 인사를 나누실 수 있었습니다.


유택동산에서의 작별
이어진 발인 과정에서는 관을 운구할 인원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측에서 전문 인력 두 명을 보조로 투입하여 어떠한 차질 없이 무사히 운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장례식장을 떠나 화장장으로 향하고, 마침내 유택동산에 이르는 모든 이동 과정마다 유가족분들이 당황하시지 않도록 동선을 앞장서서 안내했습니다.
안치 후 마지막으로 돌아서는 길, 유가족분들이 아쉬움 없이 작별 인사를 건네실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 둔 꽃다발을 건네드렸습니다.


비록 화려한 제단이나 수많은 조문객이 북적이는 빈소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장례보다도 가족의 진심 어린 사랑이 가득했던 따뜻한 이별식이었습니다.
모든 절차를 마친 후, 누님과 가족분들께서 연신 감사 인사를 전해주셨을 때 장례지도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겉치레보다는 고인을 향한 진정한 추모의 마음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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